청소년 여러분들은
2차 피해를 주는 행위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2차 피해란 1차 피해를 본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근거로 또 다시 부당한 일을 겪는 걸 말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2차 피해가 학교에서 많이 발생하는지
우리 한번 살펴보도록 할게요.
첫 번째로는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신상이 공개되거나
비밀유지가 되지 않는 것,
그 피해 사실이 소문으로 급속도로 번지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피해자가 어디에 살고, 어느 학원을 다니고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지나치게 캐내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들이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피해자는 ‘혹시 내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오는 것조차 불안하겠죠.
두 번째로는 성폭력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피해자가 가해자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려고
일부러 없는 일을 만들어서
거짓말로 피해자인 척한다거나
‘피해자인데 쟤 너무 씩씩하고 잘 먹고 다니는 거 아냐?’
‘쟤는 아무래도 피해자가 아닌 것 같아’
등의 말로 2차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피해자를 탓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아, 가해자 걔 원래 착한 앤데 아마 모르고 그랬을 거야’
‘장난으로 그랬는데, 그걸 가지고 왜 신고하고 그래?’
이런 말을 하는 경우들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네 번째로는 피해 사실로 인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아마 여러분들도 주변에서 본 적이 있을 것 같아요.
앞에서 말했던 1번~3번의 2차 피해의 결과가
어쩌면 모두 합쳐져서
그 친구를 멀리하게 되는
집단따돌림이라는 형태로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들이죠.
특히 사건이 일어난 뒤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교실에 있거나
한 학교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발생하면
이때 사람들은 피해자를 피하게 되고
피해자와 같이 있으면
나도 뭔가 사건에 연루되는 기분이 들어서
피해자를 따돌리게 되는 일이
쉽게 발생합니다.
성폭력 피해는 그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고는 피해자의 고통이 얼마큼 클지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용기를 내어 피해자들이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아주 유명한 방송인이
불법 촬영을 한 사실이 알려졌어요.
그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지
5년이 지나고서야
2차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자, 우리 그러면
한 번 그 이야기를 같이 들어볼게요.
지난 2016년 8월, 한 여성이 가수 정준영 씨를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6년 8월
정준영을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대학생이던 5년 전
한국사회는 성범죄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불법촬영이 실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고소를 하면 오히려 역고소를 당할까 걱정해야 했습니다.
관련 기사에는 수천 개의 악플과 비방 댓글이 달렸습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줬습니다.
정준영의 불법촬영 가해가 있은 뒤 5년 2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야 불법촬영 가해와 2차 가해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변해야 할 것은 아직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 그리고 다른 성범죄 피해자들이
평온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다시 악플이 달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나설 수밖에 없었어요.
앞으로 일어날 변화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을 거라 믿거든요.
5년 전 제가 정준영을 고소했다는 기사가 뜨자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저에 대한 댓글이 무섭게 달렸습니다.
저 여자가 정준영 인생 망쳤다.
네가 행동을 똑바로 안 해서 그런 거다.
무고죄로 역고소해야 한다.
기사 하나에만 3천 개가 넘는 악성 댓글이 달렸습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울 정도로요.
그리고 점점 무서워졌습니다.
무고죄로 처벌받을까 봐요.
댓글에, 댓글 다는 사람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이죠.
정말 내가 별것 아닌 일로 고소를 해서
한 남자의 인생을 망치고 방송국에 피해를 준 것 아닌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자책을 하기에 이르렀어요.
한 푼이라도 받으면 댓글에서 말하는 ‘꽃뱀’이 될까봐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댓글 때문에
정말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를 따져보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일을 겪으면서 확실해졌어요.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은
누군가를 죽게 만드는 살인 행위이며
성범죄 피해자를 자책하게 만들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요.
이런 댓글 2차 가해를 막으려면 단 하나의 방법뿐입니다.
성범죄 피해자를 모욕, 명예 훼손한 가해자는 가중 처벌하는 것입니다.
성범죄 피해자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건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불법촬영만큼 저를 괴롭게 한 것은 댓글 2차 가해였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모욕
명예훼손은 2차 가해라는 맥락 속에서
더 심각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저는 이제
제가 할 수 있고
저만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당한 성범죄의 가해자가 유명인이어서
또 2019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가해자가 징역형까지 받아
이제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아직 아무 말도 못하고 2차 피해를 입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는 있는 여성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성범죄가 드러나면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범죄 행위입니다.
댓글로 고통받는 성범죄 피해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피해자를 탓하는 말에 절대 흔들리지 말라고
절대 자기 검열하지 말라고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세상이 변화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저 하나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회가 변하고
다시는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불법촬영 동영상 유포와 시청
피해자에 대한 악성댓글과 허위사실 유포를 하고 있는
당신
당신은 정준영과 다름없는
범죄자입니다.
영상을 통해 본 것처럼
성폭력 및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된 2차 피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최근 몇 년간 관련 법에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법률 등을 살펴보면
특례법이 만들어졌는데요.
내 몸을 내가 스스로 촬영했다고 해도
누군가가 나의 허락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퍼뜨린다면
그 행위 또한 처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촬영된 성적 촬영물을
호기심에 가지고 있거나
그것을 돈을 주거나, 혹은 상품권 같은 것들을 통해서 사는 행위,
그리고 그것을 내 컴퓨터라든지
내 휴대폰에 저장해두는 것도 처벌받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촬영물을 가지고 있다고 협박하거나
이것을 유포하겠다고 하는 행위도 처벌받습니다.
또 하나, 의제강간 연령 상향이라는 게 있습니다.
의제강간이란 말은 상대방이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성관계에 동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과는 성관계를 할 수 없는
어떤 특정 연령대를 정해 놓았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의제강간 연령이라는 건데요.
그 연령이 과거에는 13세였다면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하면서
16세로 상향 조정하였습니다.
16세 미만 즉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연령대까지의 청소년이
만 19세 이상의 성인과 성관계 또는 성과 관련된 폭력행위에
내가 스스로 동의를 했다 하더라도
이를 동의로 보지 않고
무조건 (성인의) 폭력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강화된 법이 없어도,
우리 모두 조금만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일상을 보내고,
성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사람의 인권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1차 피해를 일으키지도
그리고 2차 피해를 주지도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아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발생한 일이라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 피해자가 나라면,
사람들이 나에게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을까요?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 그럼 여러분
만약 내가 가입된 단톡방에서
누군가가 학교 복도에서 찍은 A의 뒷태 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하거나,
찍겠다고 하거나, 그렇게 말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아마 청소년 여러분들이라면
이런 영상은 찍어서도 안 되고,
동의를 받고 찍었다 하더라도
이것을 다른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유포해서도 안 되고,
‘나는 그런 영상은 궁금하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의 그런 생각들이 생각하는 것에서만 멈추지 않고
그 생각을 실제 여러분 일상생활에서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이럴 때 누군가는 ‘뭐가 그렇게 불편하냐’,
‘왜 너만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좀 불편하면 어때요?
조금 불편한 사람이 되어도
그리고 조금은 예민한 사람이 되어도
여러분 괜찮아요.
이렇게 용기 있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면
안전한 학교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